지휘자 정명훈(72)이 이탈리아 오페라 최고의 명가인 밀라노의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의 다음 음악 감독으로 선정됐다고 이 극장이 2025년 5월 12일 알렸습니다.
1778년 문을 연 라 스칼라는 240여 년 역사의 유명 극장으로 작곡가 베르디와 벨리니, 로시니와 푸치니의 뛰어난 오페라들이 처음 공연된 곳입니다. 라 스칼라 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오페라들만 봐도 정명훈이 맡는 감독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.
벨리니의 '노르마'(1831년), 베르디의 '나부코'(1842년)와 '오텔로'(1887년), 푸치니의 '나비 부인'(1904년)과 '투란도트'(1926년) 등이 모두 이 극장에서 세상에 처음 나왔습니다.
실제로 내년 말부터 '이탈리아 오페라의 종갓집'을 이끌게 된 것입니다. 라 스칼라 극장은 "정명훈은 밀라노의 오페라 관객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음악가 가운데 하나이며 음악 감독을 제외하면 우리 극장의 세계적 명성에도 가장 많은 공헌을 한 지휘자"라고 평가했습니다.
음악 감독은 극장에서 공연할 작품 선정부터 단원 선발까지 말 그대로 음악적 부분을 모두 맡는 중요한 일입니다. 라 스칼라 극장에서도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 클라우디오 아바도, 리카르도 무티와 다니엘 바렌보임 등 당시 최고의 지휘자들이 이 직책을 맡았습니다.
정명훈은 현 음악 감독인 리카르도 샤이의 기간이 끝나는 2026년 말부터 극장 감독을 맡을 예정이라고 라 스칼라 측은 알렸습니다. 아시아 지휘자로는 처음입니다.
정명훈은 지난 1989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처음 공연한 이후 지금까지 이 극장에서 오페라 9편을 84번 지휘했습니다. 이 외에 141회의 음악회에서도 지휘하면서 특별한 인연을 이어 갔습니다.
라 스칼라 극장은 역대 음악 감독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출연 횟수라고 알렸습니다. 지난 2023년에는 정명훈을 오케스트라 명예 감독으로 임명하기도 했습니다.
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 역사상 명예 지휘자로 뽑힌 것도 정명훈이 처음이자 유일한 경우입니다. 정명훈은 냉전 시기인 1974년 옛 소련의 차이콥스키 국제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피아노 연주자로 먼저 이름을 알렸습니다.
하지만 이탈리아 오페라 유명 지휘자인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에게 배우면서 지휘자로 직업을 바꿨습니다. 스승인 줄리니 역시 라 스칼라 감독(1953~1956년)을 지냈기 때문에 '스승과 제자 음악 감독'의 기록도 만들게 됐습니다.
정명훈은 36세 때인 1989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의 음악 감독으로 임명되면서 세계 음악계의 관심을 받았습니다. 그 후에도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,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, 도쿄 필하모닉, 서울시향 등을 이끌었습니다.
영국 음악 칼럼니스트 노먼 레브레히트는 "정명훈은 라 스칼라 극장 단원들에게도 강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. 유일한 장애는 이탈리아인이 아니라는 점이었지만, 결국 어떤 반대도 없었다"고 말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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